가을은 감의 계절
감의 계절이 왔습니다.
우리나라 가을은 시골에서나 도시에서나 감나무에 감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게 일상으로 보이는 풍경이기 때문에 감히 감의 계절이라고 칭해봤습니다. 서울은 아니더라도 지방 도시는 정원이 있는 주택가에 감나무들이 실제로 많습니다.
요즘에 하늘도 맑고 대기도 쾌청해서 왠지 기분까지 상쾌하게 느껴집니다.
자, 이제 잘 익은 감들이 감나무 나뭇가지에 달려 있거나 마트나 시장에 고운 자태를 뽐내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.
사실 10여 년 동안 우리 집 뒤에 있는 텃밭에도 우뚝 솟은 감나무에 감들이 주렁주렁 달렸더랬죠.
하지만 너무 잘 자란 나머지 옆 집 창고 지붕을 침범해서 작년에 확 잘라버렸더니 올해는 감이 달리지 않았습니다.
아마 내년쯤에나 다시 볼 수 있을 거예요.
감나무는 중국이 원산지이고 500여 가지가 넘는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.
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감의 종류로는 단감, 대봉, 둥시 등이 있습니다. 단감은 보통 납작하고 작고 단단해서 과도로 그냥 깎아먹고, 대봉은 푹 익혀서 홍시가 될 때까지 기다려서 먹고, 둥시는 곶감으로 많이 만들어서 먹습니다.
우리 집 감나무는 둥시인데, 사실 단감처럼도 먹고 대봉처럼도 먹으며 둥시처럼도 먹습니다.
경험상 셋 다 맛이 좋은데 곶감으로 말려서 먹는 게 가장 맛있기는 합니다. 이때 파는 곶감처럼 너무 바짝 말리지 말고 겉은 꾸덕꾸덕하고 안은 촉촉한 상태가 될 때까지만 기다려서 먹으면 맛이 정말 어메이징 합니다~
시중에서 반시도 팔지만, 집에서 만드는 이 맛은 절대 못 따라간다고 단언합니다!
감나무는 심기만 하면 아무 터치를(비료, 효소, 살충제등) 하지 않아도 무럭무럭 잘 자라서 어느덧 감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선물로 주니까 정원이 있는 주택에 사시는 분들은 한번 도전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. 단, 감나무도 세월이 지나면 덩치가 커지기 때문에 애초에 주변에 좀 여유 공간을 두고 심으면 좋겠죠~
감으로 환생한 피카츄
위의 사진은 보통의 감으로 둥글둥글 예쁘고 탐스럽게 생겼습니다.
그런데 몇 년 전에 우리 집 감나무에서 이상한 감 하나를 발견했더랬죠~
처음에 보고 "이건 뭐야? 토낀가 감인가? 왜 이런 애가 나왔지?"라고 어리둥절했습니다. 그러다가 잠시 어떤 잔상이 뇌를 스치고 지나가더군요. 문득 굉장히 유명한 만화 캐릭터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`어... 피카츄를 닮았네...?'
재미있는 상상이지만, 만약 피카츄가 죽어서 감으로 환생한다면 이런 모습으로 태어날 것도 같습니다.
그리고 피카츄가 멋지게 변신하기도 전에 사람의 입 속으로 들어가겠죠.
아무튼 이런저런 모양의 감들도 많겠지만, 저렇게 토끼처럼 두 뒤가 또렷하게 생긴 감은 좀처럼 볼 수 없는 특이한 현상이라 특별히 사진을 찍어 두었습니다. 보통 감은 먹기에 바쁘지 사진은 찍지 않는데 말이죠.
근데 오래전 일이라 이 감을 먹었는지, 안 먹었는지 어떻게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.
아마 말랑말랑해질 때까지 후숙 해서 맛있게 먹었을 것 같은데...?
그래도 뭐 어쩌겠어요~ 아무리 토끼나 피카츄를 닮았다 한들 그게 감의 운명인 걸.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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